제 남편이 하고 있는 "서각"이 무엇이냐면요.

서각이란 글자를 새기는 것으로 서예가 붓으로 평면의 종이에 표현되는데 대해 서각은 칼, 끌, 망치 등의 공구를 이용하여 이를 한 차원 높여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색채를 가미한 것이다. 즉, 평면의 필의(筆意)를 입체적 도의(刀意)로 표현하여 깊이가 만들어지고 높이가 형성되어 생명력과 약동감을 느끼게 하고 우리의 얼과 혼이 서려있는 전통문화예술을 이어 받아 옛 것을 익혀 현대의 감각과 기법으로 재창조함으로서 새로운 예술의 한 장르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서각은 문자를 매개로 한 서예적인 맛과 칼의 움직임에 의한 조각적인 맛, 색채에 의한 회화적인 맛, 그리고 다듬고 가공하는 데서 오는 공예적인 맛을 두루 갖춰 예술적 가치가 높아 감상자들로 하여금 종합 예술세계로 접근시키고 있다. 소재가 주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무이므로 이의 질감을 잘 살린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각(刻)은 서(書)와 그 역사를 같이 해 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득한 옛날부터 돌이나 나무, 짐승의 뼈 등의 자연물에 무언가를 남기려는 인간 본능의 욕구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한자의 모국인 중국에서는 주은대(周殷代)에 화려한 각자(刻字)문화가 형성되어졌으며 특히 한대(漢代)에 새겨진 대규모 석각(石刻 ; 각종 비문)은 지금도 한자 문화권에 있는 나라들이 서예자료의 지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국사 석가탑에 봉안되어 있다가 1966. 10월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 국보 제126호)은 세계 最古의 목판본임이 밝혀져 신라시대에 이미 세계 최초로 목판인쇄술을 개발했으며 고려시대에는 팔만대장경 등 빛나는 문화유산이 서각을 통해 이루어졌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등 수많은 서각문화재가 목판본으로 남아 있다. 활자의 발명 이전에는 주로 나무에 판각을 하여 책을 만들었으므로 서각은 우리의 문화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인쇄매체로서 뿐만 아니라 건축의 현판, 주련은 물론 문갑, 필통 등 실로 광범위하게 기록의 역사와 함께 장식의 예술에도 한 몫 거들어 왔던 것이다. 이처럼 서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문자의 입체적 표현이라는 독특한 분야로 오늘날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소재가 돌인 경우는 비석으로 많이 남아 있고 나무인 경우는 궁전이나 사찰, 재실, 누각, 정자 등에 걸려 있는 현판과 주련(柱聯)이 있으며 사찰에는 이 외에도 경판 등이 남아 있으나 일반 가정에는 아직까지 보급이 많이 되지 않은 실정이다.

- 공구 : 칼, 망치(쇠, 나무), 끌, 조임쇠 등 - 재료 : 소재(나무 등), 각고(刻稿 ; 각을 할 원고), 사포, 물감, 붓 등

- 1982년 몇몇 뜻있는 서각 동호인들이 모여 한국서각협회를 조직하여 동년 11월 창립전을 가진 이후 현재까지 매년 회원전을 갖고 있으며 - 1991년 12월 제10회 협회전시 일본각자협회(일본, 중국 등에서는 刻字라는 용어를 사용함) 회장단 초대출품을 시작으로 한일 양국간의 교류전이 1992. 12월 한국 서울, 1993. 3월 일본 동경에서 각각 개최되었고 - 그후 한국, 일본 이외에 한자 문화권인 중국, 싱가폴, 말레이시아가 참가한 가운데 국제각자연맹이 결성되어 1994. 7월 중국을 시작으로 매년 각국을 순회하며 전시회를 갖고 있다. - 2001년 9월에는 문화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체로 설립을 인가받아 더 큰 발전을 위해 도약하고 있다.

서각은 역사적으로 나름대로 기록과 보존과 장식에 기여해 오다 각을 하는데 좀 더 편리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 공구의 개발과 새로운 각법이나 색채에 관한 연구 등이 활발해졌고 현재도 많은 서예인 들이 서각 연구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으며 전통에 바탕을 둔 전통서각과, 미학과 손잡고 새로운 조형예술의 한 분야로 등장한 현대서각으로 구분되어 시대와 더불어 창조적 조화를 이루며 각자 전문화된 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1996년 11월 철재 오옥진(吳玉鎭) 선생이 서각인으로는 최초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刻字匠)으로 지정되어 후진 양성에 힘쓰는 한 편 문화재 복원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무정 서각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