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5.17

먼저 사랑병원에 가서 사진을 씨디에 담아온 후 조대병원에 서둘러 갔다.
그러지 않으면 오늘 조직검사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혹시나 했지만 그 김교수님도 사랑병원과 같은 소견을 내었다.
하지만 양성일 것으로 보인다고 안심을 먼저 시켜 주었다.
수술실이 왜 이리 끝도 없던지…..
몇가지 검사를 받은뒤 전공의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수술실이 미로찾기 처럼 통로들이 나뉘고 가가도 도 계속 계속 다른 수술방들이 나왔다.
이것쯤이야 하고 들어 갔던 길인데 조금 긴장이 되고 있었다.
이윽고 내가 누울 수술실 침대가 나타났다.
몇가지 처치를 한뒤 내 머리위로 눈부신 써치라이트가 밝혀졌다.
그 써치라이트가 켜지는 순간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하였다.
의사는 설명한다.
수술시 마취를 하겠지만 마취된 범위를 벗어나 조직을 건드릴 수도 있으니
아프면 움직이지 말고 말로 의사표현을 하라고 말이다.
그 말에 잠들려고 노력하다가 그만 놀라고 말았다
.’잠들면 안되겠네? ‘
모든 수술 준비와 마취까지 된후 교수가 오는 듯 했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쭉’ 절개해 3센티짜리 혹 ‘뚝’ 떼어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수술도 오래 걸리고 복잡하였다. 아마도 내 몸에 연결된 집게로부터 이어져 나오는 같은 소리인지 일정 간격의 삑삑 거리는 조금은 익숙한 신호가 계속 들려오고 의사들은 무엇인지 열심히 하기 시작하는데 절개하는지,찾고 있는건지,잘라내고 있는건지 잘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내 피부 여기 저기가 당겨지는 것을 느끼면서 …아이고 모르겠다.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긴장감,아니 두려움을 버리려고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폈다.
이른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번 더 써 먹은거다^^.
내가 처음 설정한 이미지 트레이닝과 비슷한 장면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초원.영화처럼 언덕위로, 아래로 카메라가 돌아가듯 풀밭이 전개된다.
바람이 알맞게 불어 온통 풀밭이 한들거리고 참 시원하다. 풀밭 저쪽에는 젖소가 몇 마리 보인다. 그리고 풀밭 가운데 내가 나부끼는 긴 머리카락을 쓸며 원피스를 입고 누워 책장을 넘기고 있다.
큰 아이가 뛰어 오다 돌아사며 외친다.”엄마!, 나 잡아봐아!”
아이가 뛰는 저기 언덕 끝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그루 있다. 잎이 무성한데도 분홍빛 꽃잎이 가득히 피어 있는데 바람에 흩날려 아래로 흘러내려 춤을 춘다..아무리 흩날려도 그대로풍성한 꽃잎.^^
나는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든든해지는 우리 큰 아들을 따라 뛰기 시작한다.
둘째가 뒤에서 부른다.”엄마!,같이 가아!”
그리곤 소리친다.”어?엄마 다리 다 나았어?”
“응:
“이제 엄마 다리 뛸 수 있어?”
“응”
셋이서 더 기쁘게 뛰어 만나서 부동켜 안고 풀밭을 구른다.
남편은 언덕 위 나무 옆에 서서 웃으며 바라보고 서 있다.
대충 그런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든든한 큰 아들의 얼굴과 볼이 통통한 귀여운 작은 아이의 얼굴을 상상하고 ,건강하게 달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