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안해 2007. 6. 22. 14:32

 

엄마

 

나는 어릴 적 콩나물 20원어치를 사러 많이 다녔었다. 콩나물을 담아주던 세모모양의 신문지가 재미있어 접는 방법을 생각하며 만져보며 꽤 먼길을 오갔지만, 나는 콩나물국을 좋아한건 아니였다.. 매일 같이 콩나물국만 먹어 대니 그 콩나물국이 미웠다.. 엄마는 내게 콩나물을 잘 먹어야 이렇게 콩나물처럼 주욱죽 크는거여어~!하셨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것도 귀챦았다.

다른 반찬이 별로  없어 국물을 몇 숟갈 떠 보아도 만날 먹는 그 맛은 밍밍하기만 했다..

 

 결혼해서도 얼마 동안 콩나물국을 거의 끓이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콩나물국이 무척 시원한 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사정이 달라졌다.

 어릴적 내 국엔 넣지 말라고 했던 고춧가루를 뿌리면 그 컬컬하고 시원한 맛이란!

내 비법하나를 알리자면 조리시 마지막에 생강을 조금 넣어주면 그 시원함이 빙수보다도 더 하다.

 

콩나물국은 금방 뚝딱 끓일 수 있는 국이라서 갑자기 국을 끓여야 할때나,내가 처음 투병할 당시 몸에 에너지가 너무 없을 때(^^) 콩나물국은 내게 위안이 되어주었다.흐흐,,아이들도 잘 먹으니까.고마운 콩나물이 내 주부로서의 생명을 유지 시켜주었지.

그리고 콩나물국을 자주 끓인지 얼마 안되어 알게 되었다. 그 어떤 국거리보다도 싸다는 것을! 지금이야 풀무원, 동원등에서 만든 봉지 콩나물이 시판되지만 얼마 전까지도 가게에서 콩나물 500원어치면 봉지 한 가득 이였다..

나는 그제서야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돈이 없던 가난한 시절 날마다 아이들에게 콩나물국만 끓여주며 이걸 잘 먹어야 키가 큰다고 매일 말해야 했을 엄마가 한없이 측은하게 느껴졌다.이제야 같은 여자로서의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걸까?

 나는  지금도 시장에서 그렇게 콩나물을 산다. 시장의 콩나물가격은 10년이 지나도록 별 변함이 없다

 

엄마는 또 파래무침을 자주 하시곤 했다. 도시락 반찬에 파래무침,명태채 조림,어묵양파볶음,계란 프라이를 싸주시곤 했다. 그땐 다 불만 이였다.왜 쥐포조림도 있고 오징어채조림도 있건만 만날 맛없이 흐물흐물한 쪼림이냐고.

그리고 매일 싸가던 계란 프라이는 아주 독특했다. 늘 밀가루를 조금 섞어 저어 부쳐 네모 반듯 써셨다. 계란 말이도 있고 그냥 프라이팬에 탁 깨서부칠 수도 있는데. 왜 밀가루는 또  푸시는지..아이들은 늬네집이 양계장이냐?하고 묻기도 하고,

이거 빵이지?넌 참 좋겠다.맨날 엄마가 빵을 쪄서 싸주니까!.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나는 그때마다 대답하지 못했다. 또 엄마는 국물이 셀까봐 삼양라면 봉투나 태창메리야스 봉지에 도시락을 넣어주시곤 했는데 참 창피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돌아보니 모든 것이 자식을 사랑하시는 한 가난한 엄마의 뼈아픈 사랑이였다. 엄마가 왜 그러셨는지를 살림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풍족한 세상에 살면서도 늘 끼니마다 무얼 해먹을까 고민하고 맛있는 음식을 남편과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때처럼 행복할 때가 없는데 엄마는 어떠셨을까?

왜 철없는 막내 딸은  엄마,엄마가 사주신 파래무침 너무 맛잇어! 매일 싸줘!

엄마,엄마는 어떻게 이렇게 계란을 맛잇게 싸줘? 친구들이 빵같다며 다 내반찬만 먹어서 죽겠어. 그냥 김치만 싸줘!라고 매일 재잘 거리지 못 했을까……….그랬더라면  엄마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셨을까.

……………….

 

엄마는 그런 세월 속에 혼자서 자식 넷을 먹이고 입히며 무엇을 생각하셨을까?

지금의 내 나이 때,내가 지금의 내 아이만할 때 엄마는 일하러 가시며 내 생각 많이 하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