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주 흥미 있던 날이였다.
모처럼 온 가족이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큰 아들이 어딘가에서 놀고 있었기에 급히 수배해서 차에 주워 태우고
미용실을 두군데나 갔다.
뜨뜻한 공기를 뚫고 냉방이 잘 된 미용실에 들어서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 소나기가 내리나 싶더니 금새 장대비가 억수같이 퍼부어댔다. 아차,큰일이다.!차내 유리창을 조금씩 내려 두고 왔던 것이다.
남편은 이발끝내고 막 머리 감으러 가는 중이라
별 수 없이 나는 그 비를 다 맞고
뛰어가 창을 닫고 돌아오는데 미용실 문을 밀고 들어 올 무렵
갑자기 비가 그쳐 버렸다. 황당함을 넘어 그 허탈감이란………
돌아와보니 우리 귀여운 꼬마가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머리가 잘려나가며 변하는 얼굴을 보고 있는데
남편이 뜬금없는 말을 미용사에게 던졌다.
“머리를 스포츠로 잘라주세요.다 짧게!”
예상 못한 남편의 요구에 당황한 나는 머릿속으로 까까머리 아들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내가 말릴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우리 아이의 윤기 나는 머리 카락이 슉슉
잘려 나가 머리가 금새 동그란 공모양이 되어갔다.
드디어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단단하고도 둥근 돌멩이 같은 머리를 드러내었다.
볼이 더 통통해 보였다. 아이는 거울을 보며 쑥쓰러워 하더니 이상하다며 빙긋이 웃었다.
자꾸 아이 얼굴을 들여다 보며 부부가 연신 웃어 댔다.
웃다 보니 큰 아이의 어린 시절의 비슷한 모습이 떠올랐다. 둘이 전혀 닮지 않았다고만
생각했는데 큰 아이 네살 무렵 비슷한 머리 모양을 했던 때와 많이 닮아 있었다.
머리가 짧으니 참 개구지고 단단해 보인다.
우리 식구들 다들 머리 모양이 나름대로 멋졌지만 큰 아들은 앞머리가 좀 이상했다.닭벼술처럼…. 초보 미용사가 무척 서툴다고 아쉬워 하며 돌아 왔지만,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이것도 멋진 개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틀림없이 이 머리가 유행인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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