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는대로 끄적 끄적

결혼의 행복은 어디에?

아름다운 안해 2007. 10. 4. 17:17

  즐거운 인생을 보고...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의 가장 좋은 친구 백진씨 부부가 고향에 휴가차 내려왔다.

 어제 부부와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중국생활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들었다.

3년쯤 전에야 결혼 한 부부는 이제 29개월짜리 아이와 태중에 16주 된 아기를 품고 있다.

중국에서의 특별하고 신나는 모험 이야기로 가득할 결혼 생활, 육아 이야기를 기대 했지만.

의외로 두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듯 했다. 잠시 보고 자세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먹고 사는 세상 살이며 부부 관계에도 서로 힘든 부분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이야 어느 부부에게 대 보아도 우리 만큼 사랑스럽고 즐거운 부부도 없어 보이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도 그 무렵에는 힘들었었다는 기억이 났다.

 결혼 3년 정도면 다들 신혼이 끝나가고 부부의 첫 힘든 국면을 맞는다고들 한다.

우리도 그때 그랬었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여기고 살던 나의 인생에 둘째를 임신하고 배가 부르면서 반전이 일어 났었다.

그렇다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특별한 문제가 일어 났었던 것은 아님에도

꼬집을 수 없는 갈등이 있었고,서로가 결혼 생활에 있어 입장이 달라졌지만

그 달라진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기엔 그 모든 상황이 너무 낯설었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이곳을 떠나야 할 친구를 그냥 보내기 못 내 아쉬웠던지

 남편은 그 부부와 심야 영화를 보러 가면 어떻겠느냐며 전화를 했다.

 남편은 퇴근하자 마자 친구를 태우고 나를 태우러 왔다. (교대근무인 남편은 11시 반에 나를 태우러 왔다)

 

그래서 보게 된 영화가 “즐거운 인생”.

지친 삶을 살아오다 20년 만에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음악을 위해 뭉친 영화 속 세 친구.

세친구중  하나는

 개인 사업을 작게 나마 하며 아이의 조기 유학을 위해 캐나다에 가 있는 모자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 보내다가 이혼 통보를 받고,

한 친구는 해고 후 낮에는 택배배달원,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하고도 부족해 퇴직금까지 보태 가며

아이의 학원비를 대느라 고생하다 결국 아내에게 앞으로 복직할 수 없다며

수입 안에서 살자는 고백을 하게 되자, 아내는 집을 나간다.

그리고 나머지 한 친구도 실직하고 놀기만 하다가 그 친구들과 음악을 다시 시작하지만

혼자서 돈 버는 아내는 힘들어는 했어도 집을 나가지도 않았고

이혼을 통고하지도 않았고, 그의 공연무대를 응원하며 딸아이와 함께 기꺼이 온다.

 

그냥 나는 음악을 좋아하기에 그들이 20년 만에 음악을 하며 느끼는 열정과 희열을 공감하며

 웃음이 났고, 두 아내가 너무 자기 입장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나,쉽게 가정을 버리는 것이 아쉬웠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돌아 왔다.

즐거운 인생,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얼마간 가난해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하루 아침에도 일어나는 우리 삶의 폭풍우들이 워낙 다양하니,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가 쌍방이 서로의 역할에 성실하고 서로에 대한 그 성실함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깔리고,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탐욕이 없다면 어느 때라도 즐거운 것이 인생이라고 믿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산을 만나고 광야도 만나게 되지만,초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가정에 대한 소중함과 꿈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당연히 언젠가는 건너지는 산이고 광야이다.

아직은 내가 결혼생활이 1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시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이런 나의 중얼거림이 변함이 없기를......그게 내 삶의 목표이다.

 

주인공들처럼 지쳐있는 백진씨에게도 이 영화가 그리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 덕분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고 흐뭇해 해 주었다.

백진씨가 세 친구들처럼 기타를 퉁겨댈 수야 없겠지만, 그들을 보며 후련했 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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