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는대로 끄적 끄적

나에게 쓰는 편지

아름다운 안해 2007. 5. 16. 23:26

 

안녕,연아?

너 정말  괜챦지?

응 괜챦아.

그런데 말야 이제 조금 슬퍼지려고 해.

사실 정말 괜챦은데 말야..

 

왜 가슴이 아프다가 콩닥거리기까지….

 

그래도 행복한 하루 하루 보내고 있어.

왜냐면 그러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야.

 

어쩌면 이제야 정상이 된거야.

그리구 진짜 지낼만 해.

아이들이 있으니까 말야.

 

아이들을 꼬옥 안을때마다 왜 이렇게 푹신하지?

엄마가 아니면 어떻게 이 푹신함에서 영혼 중앙까지 밀려오는 뿌듯한 기쁨을

알 수 있겠어?

 

그건 그렇고.

유방암얘기 말인데,기대가 되지 않니?

.이제 내일 모레다.

괜히 목요일로 예약을 미루었나봐.

 

어제까지는 남편 겁먹고 있을까봐 큰 소리까지 텅텅 쳤는데 말야.

암이여도 하나도 안 무서워,?그까짓것 치료법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길이 있는데!! 들러내고 항암치료하면 되쟎아!

그렇게 큰 소릴 치니까 정말 암이 내 앞에서 기가 죽어 개미처럼 응크리더구나.

그래서 후련한 마음에 더 후련해보려고 의기양양하게

방에 들어가서도 한번더 더 크게 외쳤지.

그까잇거!!하고 말야.그리고선 혼자서 미소를 지었었지.

 

지금도 그렇게 한번 외쳐본다.

암 그까짓거 뭐가 무서워.라고.역시 소리를 내어 말하니 내 뇌가 알아 듣고 암을 째려보는구나!^^

 

좀전에는 검색하다가 유방암투병 2개월중인 어느 여성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처음 외래진료와 조직검사부터 수술하기까지 글을 읽다가 꺼버렸어.

두려움이 놀란 동공처럼 커지지 뭐니?

그런데 그 여성은 주사로 찔러서 조직검사를 했다며 하나도 안 아팠다고 했어.

나중에 암수술해서 제거한 혹이 2.8센티였는데,2기였다고 그랬지?

.

그런데 말야,나는 조직검사만 하는게 아니라 그 2.8센티나 되는 덩어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어.

어디 깨끗이 꺼내려면 그게 2.8센티만 하겠니? 더 도려내야 되겠지?

실은 요즘 두달 사이 그게 커진 것 같거든.만져보면 2.8센티보다 큰 것 같아. 두께도 말야……절개는 5센티쯤 할까?

 

조직검사결과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답답할까?

사실은 그날 교수님이.,이거 아무것도 아녜요.라며 사랑병원 의사의 소견이 경험부족에서 온거라고 말하길 바라고 있단다.

 

웃으며 잘 지내면서도 가끔 밀물처럼 무거운 바윗돌이 마음에 얹힐때마다 큰 숨 한번 쉬어 본다.

 

나는 그래도 이져낼 자신이 정말 있단다! .지난 1년반동안 얼마나 힘든 고개를 넘어왔는데!.

길도 끝도 없는 외지고 컴컴한 길에 들어서 있음을 알 때 내가 혼자인 것을 발견했을때의 그 처참함을 안고서도 어려운 치료의 과정을 다 기꺼이 나는 이겨 내었어!.

길도 끝도 없어 보이던 그 CRPS.

나는 그 어두운 터널을 잘 지나왔쟎아!

.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요즘은 재건술이 있다고 하니, 거기서 오는 나 자신과 스스로 남편에 대해서 까지 겪을 갈등과 마음의 상처들도 나는 소화해 낼 수 있을 같아.

물론 막상 그 거칠고 힘든 길을 걸을 당시엔 울고 소리칠지 모르겠지만,그래.

결국은 난 잘 이겨낼거야.

 

그런데 정말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주님께 기도하고 있다.

나 때문에,아니 사고와 CRPS녀석 때문에 휘둘리면서 좁은 터널을 아슬아슬

긴 세월 끌고 오느라 고생 했건만 또 그런다면………

미안하다.

 

그리고 나의 사랑스런 아이들.

아이들.

아이들.

아이들.

아이들.

 

 

그래.여기서 접자.또 생각이 춤을 추는구나.

아직 아무 진단도 없는데 말야.

목요일까지 유보하기로 해놓고선 왜 그러니?

조직검사결과말야.그것은 또 기다려야 나오겠지.

그때까지 잊을 수 있어야 진짜 강하고.멋있는거야!.

 

~~!!!

 

그런데 뭔가 모르게 마음속에 약간은 서늘하고 허한 바람이 분다.

………..

그래.불쌍한 연아^^

그리고 넌 착한 것 같아~!

누가 그것 알아주는 거 아니지만

착한 너 자신을 바라볼 때 행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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